책방의 먼지21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라디오에서 들었다. "일기장, 정갈한 생을 살다 간 철학자 재작년 말 암 선고를 받고 쓴 일기는 작년 여름에 끝난다 '슬퍼할 필요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겉에 새겨진 일기집 [아침의 피아노]에서 몇 줄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해충이 없다. 문을 열고 자는데도 모기에 시달리지 않는다 아침 물가에 앉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건 여기가 쉼 없이 물이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 ㅡ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 어제 내린 비의 추억일까 다가오는 비의 소식일까? 젖은 대기 안에서 세우가 분말처럼 뿌린다. 문득 말년의 .. 2019. 10. 3. [애도 일기] / 롤랑 바르트 이 책을 통해 내게 '읽히는' 것들: 그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주로 감정의 것... 용기 너그러움 자유 등) 그리고 마음의 상태, 그에 따른 예민한 감각들, 기억하고 싶은 문구들... 10.31 나는 이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11.10 이 당혹스러운 부재의 추상성. 그런데도 그 추상성은 뜨겁게 달아 오르고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비로소 추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추상은 부재이면서 고통이다. 그러니까 부재의 고통. 그런데 어쩌면 이건 사랑이 아닐까? 11.24 내가 놀.. 2019. 9. 28.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 / 전영백 「현대미술의 결정적 순간들」이란 제목이 시사하듯 '순간'들을 포착하여 현대미술에 대한 이론을 풀어놓은 책이다. 그 순간들은 전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전시에 관한 내용만 다룬 미술서적은 아니고 저자가 분리해 놓은 시대별 미술개념에 대한 설명도 충분히 거론되어있어, 이론적인 부분과 사건(전시)의 서술적인 부분이 적절히 가미된 이론서이다. 책의 저자는 현대미술이 등장한 20세기를 '이즘'의 시대로 보고 있다. 서문의 구절을 빌면 "어느 세기도 20세기처럼 '이즘'이 많았던 시기는 없었고 이즘이 시대의 눈을 대변했다. 이는 작품의 표현 자체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함축한 것이다...... 새로운 사조는 앞 시대의 사조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세상을 보는 시대의 눈은 변화하며, 그 시각의 .. 2019. 8. 25. [크리톤]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법정에서의 재판 사건에서 그 후 사형에 이르는 날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시간순으로 변명-> 크리톤-> 파이돈이 있다. 지난번 변명을 읽고 나서 그 뒷 이야기도 궁금해진 나는 나머지 두 권의 책을 사서 우선 크리톤부터 읽어 보았다. 이 책에는 단 두 명의 화자가 있다. 크리톤과 소크라테스이다.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와 죽마고우 사이이며 부유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명」에서 고소인이 사형 대신 벌금형을 제의했을 때 보증을 썼던 인물 중 한 명이었고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를 자주 찾아갔던 인물인 만큼 그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친구이다. 책에는 떠나갔던 배(당시 아테네에서는 종교행사를 위해 사절단을 태운 배가 델로스로 갔다 되돌아올 때까지는 공적으로 사형 집행을 금했었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 2019. 7. 22.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