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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먼지/이런저런방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새라 케슬러

by 책방의 먼지 2019.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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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 택시를 거의 타지 않지만 들어봤다. 그게 뭐야? 주변에 물어보니 이런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아, '택시'차가 아닌 차가 있는 누구라도 택시처럼 손님을 태운다고? 그래? 그런 일이 일어나? 그런데 뭘 믿고 타? 안전한 거야? 그건 모르지만 이미 많은 나라에서 사용한다고 했다. 그 때는 그저 신기하네 하고 넘겼었다.

 

그런데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를 읽어보니 그저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우버는 현시대에 변화되고 있는 경제(긱 경제)를 반영한 대표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경제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 나는 이 책의 내용들이 너무 낯설고도 지금 살결에 와 닿는 변화에 관한 의문점 '왜 이렇게 배달 문화가 달라진 거지? 카카오 택시는 또 뭐야?'등에 대한 답변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긱('긱 gig'은 용어적으로 임시로 하는 일을 뜻한다) 경제 속 노동자인 사람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긱 경제로 인해 부유하게 일거리를 유지한 사람들, 가난하지만 기회를 얻고 희망을 얻었던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등 각자 다른 영향을 받은 다섯 명의 이야기를 번갈아 하며 긱 경제에 대해 풀어놓았다. 저자인 새라 케슬러는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도 싣고 자신도 직접 긱 경제 속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담도 적어 놓아 내용이 무척 생동감 있었다. 직업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다섯 명의 삶과 얽혀 있어 경제 문외한인 내가 읽기에도 쉬운 좋은 책이다.          

 

다섯 명의 이야기 중 긱 경제 플랫폼에 등장한 화이트칼라 직업인인 프로그래머 커티스 라슨과 환경이나 경제적으로 아직 단단하지 않지만 희망을 찾아 긱 경제로 시선을 돌린 이들(크리스티 밀런드와 에이드)의 이야기가 참 대조적이면서도 여전한 금전으로 매겨지는 노동의 가치,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 전문직과 비전문직의 차이가 존재하는 점 등의 변하지 않는 상황과 업종은 다르지만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돈을 버는 환경이 마련된 변해가는 과정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결국은 선택의 이유는 다르지만, 긱 경제를 체험한 후엔 다시 보호받는 직장에 들어가거나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을 하였다.

그들이 상사도 없이 독립성을 지닐 수 있고,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삶에 유연성도 가질 수 있는 긱 경제에 뛰어들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는 책을 읽을수록 잘 드러난다. 

 그중 몇 부분을 담아보자면 


긱 경제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긱 경제 노동을 부수입원으로 이용한다. 
긱 경제는 기업이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할 묘안으로 탄생했다. 초기에는 경제적 재난에 대한 해법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2014~15년을 거치면서 긱 경제는 혁신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경영계에서 진행되어온 인력구조 개편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해법이'아니라 '해법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됐다. 임시 노동자와 독립 계약자 같은 범주가 생기면서 기업과 기업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 사이에 틈이 생겼다. 긱 경제 앱은 그 틈을 더욱 벌려놓았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면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긱 경제에는 재해보상이 없다. 유급병가도 없다. 
긱 경제에서 떠받드는 유연성이란 덕목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경쟁우위의 근원이라면 장기적 고용 관계와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노동자와 기업 양측에 이득이 되는 게 분명하다. 이를 보면 일부 미국 기업에서 법적 의무가 아님에도 왜 유급으로 육아휴직, 휴양휴가, 병가를 제공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직원을 유치하고 오래 붙들어두려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전문직을 고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접근법을 시도한 기업이 거의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일자리를 개편하려던 실리콘벨리의 시도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일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스타트업의 실험 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그리고 그들의 말마따나 유연성을 주입하겠다고 하면서 그것과 관련된 지원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진보라고 칭하기 어렵고 당연히 혁신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과거 미국 노동자가 산업혁명을 맞아 시골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농장이나 사업체에서 도시에 몰려 있는 공장으로 줄줄이 이동하면서 일터에 지정 근무시간, 중심 활동지, 위계구조가 만들어졌다. 오늘날 노동의 변화상이 그렇듯이 당시에도 이런 변화가 처음부터 아주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로 노동계가 정부, 민간 기업계와 손잡고 노동시간 규제와 노동자 안전 관련 의무 사항을 확립하기까지 다시 반 세기가 걸렸다. 
긱 경제는 한때 그 창조자들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노동의 미래'에 대한 주문형 개선책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전망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고를 기울여야 할지 고민한다면, 긱 경제가 현실의 생생한 사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긱 경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가장 불안하게 다가온 점은 아직은 그 구조가 노동자보다는 기업에게 유리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강자는 여전히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져 보호의 틀마저 없어진다는 점인데 이는 자칫 잘못하다 인권도 보호받을 수 없게 되는 노동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섬뜻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없어졌으며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는 여러가지 직업을 가지게 될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런 변화의 원인 중 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겨난 변화가 크고 긱 경제도 마찬가지로 근 5년 사이 생겨난 최근의 변화이다. 이렇듯 앞으로 기술은 점점 발달할 것이고 새로운 소득 창출법도 생겨나는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속에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삶을 도외시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서 좋은 일자리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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