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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먼지/이런저런방

선셋 파크 / 폴 오스터

by 책방의 먼지 2020.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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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년대 초반 소설에 푹 빠져 있을 무렵 내겐 맹목적으로 ‘믿고 보는 작가’가 몇 있었는데 폴 오스터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어떤 계기로 그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달의 궁전, 공중곡예사, 거대한 괴물, 뉴욕 3부작 등 그 시절 나온 모든 책을 거치며 느꼈던 감정의 기억과 무엇인가를 찾아냈다는 감동은 정말 생생히도 남아있었다. 그 기억을 다시 새기고 싶어, 그리고 세월이 지난 폴 오스터가 내게 또 다른 발견의 느낌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이렇다. 스물여덟살의 마일스라는 청년은 그의 이복형의 죽음과 관련돼 있는데 사건 이후 변화한 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부모의 말을 엿들은 후 우수한 성적으로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집을 나가 7년 넘게 새로운 지역에서 노동자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그에겐 사랑하는 미성년자인 애인 필라가 있다. 플로리다에 살며 버림받은 집안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는 마일스에게 필라의 언니는 폐가에서 쓸 만한 물건을 더 가져다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협박을 하고 그는 필라와 함께 살던 집을 떠나 그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의 고향(뉴욕)에서 지내기로 결정한다. 가족과도 연을 끊고 지낸 7년간 마일스가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던 빙이라는 친구가 무단으로 점거해 살고 있는 선셋 파크의 빈집에 네 번째 구성원이 된다. 그 집은 각자의 상처나 소외됨을 지닌 또 다른 2명의 동거인 엘런, 엘리스가 있고 그들은 각자 또 같이 살아간다.
책 중간중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며 책의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개연성을 두려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겐 별로 설득력있게 다가오진 못했고 그래서인지 네 젊은 청춘들의 캐릭터도 서로 유기적으로 화합하지 못해 결말은 너무나 급작스런 전개로 다가왔다.

폴 오스터를 만나보지 못했던 근 십여 년간 그의 변화인지 나의 변화인진 모르겠지만 선셋 파크는 글쎄....
여전히 잘 읽혀지며 몰입감을 주는 소설 책임엔 틀림없지만 어떤 생생한 자극을 주진 못하고 처음 만나는 작가처럼 생경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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