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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이후의 미술사(art since 1900) 책 공부/1970년대 노트

1976년 대안 공간의 설립과 블록버스터 전시의 출현

by 책방의 먼지 2019.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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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 P.S.1이 설립되고, 《투탕카멘의 보물》전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다. 대안 공간의 설립과 블록버스터 전시의 출현이라는 두 가지 사건은 미술계의 제도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린다.

 

예술을 위한 공공기금 마련책 시행되면서 이중의 자금 집중을 가져왔다. 첫째, 미술관들이 엄청난 입장료 수업을 기대할 수 있는 소위 '박스오피스'전시를 준비하는 데 그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둘째, 대안 공간이라 불리는 공공사업 지향 기관들이 그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상업 갤러리 시스템 외부에 새로운 자금 운용 경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대안 공간의 프로그램을 형성하는 것은 이런 대중 취향이 아니다. 상업주의에서 이탈한다. 실험적이며 한시적인 작품들, 비디오, 퍼포먼스, 음악, 거대 규모의 혼합매체 설치, 거의 건축에 가까운 장소 특정적 작품들의 무대가 됐다. 하지만 처음으로 제도화되고 10여 년이 지난 80년대 후반에는 이제 대안 공간 자체를 일종의 미술 놀이공원 형태로 상업화할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소장품으로 차입금 만들어 투자하기

큐레이토리얼 부문(전시 기획, 도록 집필 등)을 '상품'이라고 보는 시각은 이제까지 미술 영역에서는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근대의 미술관은 백과사전처럼 돼야 했지만 새로운 미술관은 이런 배치를 무시하고 광활하게 넓은 공간에서 극소수의 작가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미술관은 이제 시간적(역사적)이기보다는 철저히 공간적인 미학적 충전, 강도 있는 경험을 위해 역사를 내던졌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은 미술 작품이 이미 고정된 완벽한 두 존재의 만남, 즉 선험적으로 알고 있는 형태들의 보관소인 기존의 기하학적 형태의 작품들, 그리고 이미 이 형태를 알고 있기에 인식할 수 있는 주체인 완전체로서 관람자, 이 둥 간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부정했다. 미니멀리즘은 작품과 관람자 사이의 접점, 즉 지각의 칼날에서 작품이 '발생'하게 하고자 애썼으며 나아가 그 경험을 신체 전체의 지각 기관과 접선하도록 하기 위해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미니멀리즘의 지각 모델은 탈육체화 된, 그러므로 피가 흐르지 않는 추상회화의 대수적 조건과 결별한 어떤 것이었다. 추상회화에서 시각성은 신체의 나머지 부분과 단절된 채 자율성을 향한 모더니즘 충동의 모델로 개조되어, 전적으로 합리화되고, 기계화되고, 수 열화 된 주체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런 포부에는 모순이 놓여있다. 그들이 상품화 기술화를 공격하려 할 때조차, 미니멀리즘은 역설적으로 공격하고자 하는 바로 그 대상의 코드를 취하게 된다. 작가들의 방식은 전통적 조각의 재료인 나무나 돌이 지칭하는 내면성을 파괴하기 위해 선택한 알루미늄과 플랙시글라스는 상품 생산에 사용되는 재료이며, 즉각적으로 지각하기 위해 선택한 단순한 다각형들은 합리화된 대량생산이 채택하는 형태이다. 그리고 전통적 구성에 대한 반발로 채 탁한 반복적이며 집합적인 배열은 소비 자본주의를 구축하는 수열화의 성향을 다분히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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