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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먼지/인문방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by 책방의 먼지 2019.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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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들었다.


"일기장, 정갈한 생을 살다 간 철학자

재작년 말 암 선고를 받고 쓴 일기는 작년 여름에 끝난다

'슬퍼할 필요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겉에 새겨진 일기집 [아침의 피아노]에서 몇 줄

 

그러고 보니 여기에는 해충이 없다. 문을 열고 자는데도 모기에 시달리지 않는다 아침 물가에 앉으니 그 이유를 알겠다. 그건 여기가 쉼 없이 물이 흘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 ㅡ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

 

어제 내린 비의 추억일까 다가오는 비의 소식일까? 젖은 대기 안에서 세우가 분말처럼 뿌린다. 

문득 말년의 롤랑 바르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가 나만을 위한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왜 생의 하류에서 가장 작은 단독자가 된 자기를 통해서 모두의 삶과 진실에 대하여 말하는 긴 글 하나를 쓰려고 했는지

나 또한 나의 하류에 도착했다.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끝까지 사랑했음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지금이 가장 안전한 때다. 지금은 '아직 그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힘이 없다. 지금 여기가 아닌 것은 힘이 없다. 지금과 그때 사이에는 무한한 지금들이 있다. 그것들이 무엇을 가져오고 만들지 지금은 모른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 그걸 자주 잊어버린다."


관심이 생겼다.

찰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읽었다.

 

큰 슬픔은 없다. 롤랑 바르트가 쓴 작품처럼 애도일기는 아니란 말이다.

병과 투쟁 중인 이의 일기장이다.

삶 고통 후회 성찰 관계 희망.... 살아있음에 대한 개인의 철학..... 한 자 한 자 깊게 풀어놓은 일기 

그의 몇몇 말들은 나를 사유하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었다. 


다시 책에서 몇줄

 

"자유란 무엇인가.

그건 몸과 함께 조용히 머무는 행복이다.

 

다시 프루스트: 

"우리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여기는 그때 우리를 구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가 그토록 찾았던 그 문을 우리는 우연히 두드리게 되고 그러면 마침내 문이 열리는 것이다."  <되찾은 시간>중에서

 

며칠째 계속되는 하강. 그러나 생은 쌍곡선 운동이다. 어딘가에서 하강할 때 또 어딘가에서는 상승한다. 변곡점이 곧 다가오리라. 거기서 나는 새의 날개가 되어 기쁨의 바람을 타고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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