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나에게 있는 책장 붙박이 책 중 하나이다. 무려 3년 전부터 꽂혀있다가 꺼내다가 다시 꽂혀있기를 수차례 한 책인데 사피엔스를 읽고 나니 왠지 이 책은 어떤 관점에서 역사를 다루고 있나 궁금해져 읽고 싶어졌다. 나온 지 20년도 지난 예전 책이기도 하고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그 후 또 다른 책을 출판했을까 궁금해져 검색하던 중 그의 문명을 다룬 두권(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의 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명의 붕괴란 제목이 무척 나를 끌었는데 그 무렵 틈나는 대로 4대 문명의 다큐를 찾아보기도 해서 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죽음에 더 이끌리는 법이어서 인지 총,균,쇠는 다시 제쳐두고 문명의 붕괴를 먼저 읽기로 했다. 처음 책을 마주한 순간 그 압도되는 두께에 무척 놀랬다. 하지만 페이지의 레이아웃이나 종이 질감을 따지는 내가 좋아하는 거칠고 글을 적기 편한 재질을 가진 책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읽어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주요 부분을 발췌해 보기 보단 책을 읽었을 때 느낀 점들을 위주로 적어 나가려 한다.)
첫 장부터 그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글을 이끄는데 ‘몬태나’라는 나에겐 많이 낯선 지역에 관한 이야기였다. 내가 제목만 보고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문명들의 붕괴를 시대순으로 풀어나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이 낯선 지역을 골랐다는 것에 놀랐다. 그는 몬태나를 통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지역민들의 구체적인 사례들과 엮어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후 변화, 우호적인 이웃과의 관계,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지닌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고 있었다. 위의 다섯 가지 요인은 그가 프롤로그에서 제시한 붕괴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요인인데 다른 지역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이 요인들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2부 과거 사회의 붕괴에 관해 그는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전체의 반 정도나 되는 분량인데 지역, 문명마다 보고서 같은 아주 자세한 설명과 예시로 나열되어 있어 집중력을 갖고 정독을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환경 파괴에 관한 부분 중 벌목과 토양의 영향은 비슷한 사례들이 반복되어 ‘또 그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야?’라고 느낄 정도로 조금 지루한 점도 없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재라드 다이아몬드가 환경 주의론자인가 싶을 정도로 포커스가 환경 파괴에 맞춰진 느낌인데 그중 나에겐 2부가 더욱 그런 견해를 심어준 것 같다. 특히나 문명의 붕괴 과정 중 환경에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 독자들은 꾸준히 읽어나가기 쉽지 않을 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3부 현대 사회의 위기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채굴’을 제외하곤 아무래도 좀 더 이웃과의 관계나 사회의 대응 방식이 요인이 되어 붕괴된 지역들에 더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어 다른 관점으로 잠시 숨을 돌릴 여지도 준다. (그렇다고 과거 사회의 붕괴에서 이웃들과의 관계나 사회 내 대응방식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후 4부 지구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장으로 그동안의 실패의 요인들을 정리하고 대기업과 환경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하나가 된 세계에서 어떤 점들이 문제가 되고 있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과 긍정적인 예측들의 관점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그가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그를 일컫는 말처럼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챕터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나는 그가 전해준 붕괴에 대한 사례들과 메시지가 강하게 남아서인지 아니면 정치적 의지나 사람들의 인식에 희망을 두기엔 부정적 견해를 더 많이 가져서 인지 모르겠지만 그리 낙관적으로 생각되진 않았다. 개개인의 인식이 바뀐다고 해도 집단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많은 정보가 주어지고 더 좋은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예기치 못한 결과들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다.
책 표지에는 책에 모든 답이 제시되어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몰락할 것인가 살아남을 것인가?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에 그 모든 답이 제시되어 있다.”라고...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얻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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