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뷔르거는 「아방가르드 이론」(1974)에서 지난 150년 동안 이뤄진 미술 작업을 다음과 같이 세 시기로 구분한다.
미학적 영역과 그것의 제도의 자율성을 주장하던 모더니즘 시기, 정확히 그런 자율성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두었던 2차 대전 이전의 아방가르드 시기, 그리고 그런 비판을 일련의 공허한 제스처를 통해 재연했던 유럽과 미국 전후 문화의 네오아방가르드(뷔르거의 용어)시기, 이 세 시기 모두 서로 연관됨에도 불구하고 뷔르거는 두 번째 시기의 아방가르드의 급진성만을 인정한다. 왜냐하면 입체주의에서 러시아 구축주의와 다다를 거쳐 초현실주의에 이르는 1915~1925년의 "역사적 아방가르드" 기획 내부에서 모더니즘의 전통적인 전제였던 미술의 자율성이 거부됐고, 그 결과 예술적 실천을 삶의 실천에 재위치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고급 미술과 대중문화, 미술과 일상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제거하고자 초현실주의가 사용했던 우연성의 개입, 그리고 부르주아의 공론장의 분리를 없애면서 새롭게 등장한 프롤레타리아의 공론장 개념을 전개하고자 러시아 구축주의와 독일 다다가 전략적으로 채택했던 콜라주와 포토몽타주 기법이 그 예다.
뷔르거의 주장에 따르면 전후 모든 아방가르드 작업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본래의 개입을 반복하는 소극적인 행위에 불과하고, 자율성에 대한 모더니즘의 전제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으며, 예술 실천을 삶의 영역으로 옮기는 데도 실패했다. 오히려 네오아방가르드는 이미 주어진, 그리고 점차 확장하고 있는 문화 산업 장치에 시장성 있는 상품과 대상들을 제공했을 뿐이다. 뷔르거는 그 대표적인 예로서 미국의 팝아트와 누보 레알리즘과 같은 전후의 팝아트를 꼽았다. 그는 그것들이 비단 콜라주와 포토몽타주 기법의 재연에 불과한 실천일 뿐만 아니라, 미학적으로 자율적인 제도나 미술이 새로운 대중 관객 그리고 새로운 분배 형식과 맺는 상호 관련성에 대해 아방가르드가 제기했던 질문들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관련글: 1960년대미술
'1900년 이후의 미술사(art since 1900) 책 공부 > 책 속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론] 탈숙련화 (0) | 2019.07.27 |
---|---|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0) | 2019.07.25 |
[이론] 미술의 스펙터클화 (0) | 2019.07.24 |
[잡지] 아트포럼 (0) | 2019.07.19 |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 Maurice Merleau-Ponty, 1908~1961 (0) | 2019.07.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