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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먼지/미술방

[현대미술 100점의 숨겨진 이야기] / 수지 하지

by 책방의 먼지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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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아주 오래전 읽었던 책이었는데, 그때도 책을 정리해 문구를 저장해 놓는 습관이 있었다. 며칠 전 파일을 정리하다 발견해 읽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작가들이 있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중 몇 명의 작가들을 책 속의 내용을 발췌해 이곳에도 남겨두고자 한다.


  

Peter Doig / Concrete cabin 1991~92

도이그는 1991년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유니테 다비타시옹 아파트를 방문.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로 숲을 가로질러 건물 쪽으로 향하면서 주변 환경을 촬영했고 나중에 스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그는 8년이 넘게 연작을 제작. 그중 한 작품이며 여기서 건물은 나무 사이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는 듯하다. 그는 이미지를 잘라내 땅이나 하늘을 배제함으로써 대기의 긴장감을 높였다. 태피스트리처럼 층층이 겹친 물감은 강렬하지만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고독하고 불확실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영감의 원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무 사이의 건물을 찍은 사진을 보고 나서 그것이 흥미로워졌다… 나는 이 건물이 건축물에서 하나의 감각으로 변하는 방식에 놀랐다.”

  • 작품의 역사, 미술적 맥락- 도이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방식에 도전했다. 그의 표현적 색채와 구성은 90년대 미술계에서 나온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르다. 그의 작품은 야수주의와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앤드류 와이어스, 데이비드 밀른, 패터슨 이웬의 풍경화등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 작가의 접근법- 원래 앙리 마티스나 앙드레 드랭을 연상시키는 밝은 야수주의 양식으로 그렸지만, 얼마 후에 부드러운 접근방식을 발전시켰다. 수채물감, 잉크, 목탄, 유화물감, 색연필, 아크릴 등 광범위한 매체를 이용한 그는 직접적인 관찰, 사진, 상상력을 토대로 작업했다.

 

Julie Mehretu / Empirical construction Istanbul 2003, 캔버스에 잉크와 합성 고분자 페인트 305x457cm, MoMA

추상적이지만 부산한 도시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수많은 재현적 요소들과 다양한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 옛날에 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로 불렸던 이스탄불은 터키 최대 도시이며,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머레투(1970~)는 로마와 비잔틴 제국,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을 이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로 보여준다. 별과 초승달, 깃발, 사각형, 건축적 표식 등의 여러 상징을 삽입했다. 중앙에 동방정교회 교회였다가 모스크로, 나중에는 박물관으로 바뀐 하기아 소피아가 있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와 상징들은 이스탄불의 과거와 현재의 요소들을 전달한다. 머레투는 이 작품을 추상적이고 막연한 역사와 지리학, 혹은 시간과 공간의 지도로 만들고자 했다.

  • 작품의 역사, 미술적 맥락- 그녀의 작품은 어떤 범주에 넣기가 어렵다. 그녀는 건축(바로크부터 모더니즘까지,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안도 타다오를 포함). 지도, 서예, 풍경화, 그래픽, 그래피티 등 매우 폭넓은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선보인다.

  • 작가의 접근법- 자신의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개념적, 정치적, 아니면 시각적으로라도 내 관심을 끄는 원재료로 작업한다. 나는… 그것을 투사하고, 추적하고… 새로운 맥락에 넣고, 겹겹이 쌓아 올리고, 그림의 DNA로 그것을 감싼다.”

 

Alfred Stieglitz / Equivalent 등가물 1929,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x9cm

  • 현대의 삶의 속도와 20세기 전반의 끊임없는 변화가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양차대전 사이에 그러했다. 그는 붓과 물감 대신 카메라를 이용해 순식간에 지나가는 순간을 포학하고 현대 세계와 그의 감정을 반영하고자 했다. 이 사진은 그가 1922~35년에 작업했던 200점이 넘는 ‘구름사진’ 연작(- 각 사진에 ‘등가물’이라는 제목이 붙었다-)에 속한다. 이 사진들은 문자적 해석에서 해방된 최초의 사진으로 인정받았고, 그 중 일부는 최초의 완전한 추상사진이었다. “나는 찍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내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리고 현재 크게 유행하고 있는 맥 빠진 추상화보다 일부 재현에 추상적인 것이 더 많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

  • 작품의 역사, 미술적 맥락- 생기가 넘치고 표현적인 추상화 양식에 감탄했던 그는 추상사진으로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의 사진은 대체로 비구상적인 주제- 예를 들면 하늘-를 표현하며, 각각의 요소는 불분명한 콘트라스트, 질감, 패턴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사진은 또한 내면의 사고들을 표현하고 있다. 1925년에 그는 “내 사진들은 내면의 요구, 즉 영혼의 경험에서 태어났다,”라고 썼다.

 

Henri Mattise / The snail 1953

  • “나는 본질적인 형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마티스의 혁신은 미술의 방향을 전환시켰다. 그는 회화, 드로잉, 조각, 그래픽 아트,책 삽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 뛰어났고, 정물, 풍경, 초상, 실내풍경, 여성인물 등도 그렸다. 1904년부터 그는 두꺼운 임파스토부터 순수한 물감 평면, 구불거리고 조화로운 윤곽선, 선명한 빛의 효과, 밝은 색과 역동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양식을 독특한 붓놀림으로 탐구했다.

 

Tony Cragg / New stones Newton’s tones 1978, 플라스틱

  • 토니 크랙이 버려진 물건을 미술관 공간에 여러 형태로 배열한 연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그가 독인 부퍼탈의 집 근처 거리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검은색, 흰색, 은색, 인쇄되고 여러 번 복제된 사물들을… 한쪽으로 치워 두고 나중까지도 내가 수집한 물건들을 가려내거나 선택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남아 있는 모든 물건들을 대략 뉴턴의 스펙트럼 순서에 따라 어두운 붉은색, 붉은색, 오렌지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어두운 파란색, 보라색을 고른 직사각 형태로 분포되도록 늘어놓았다.” 이 작품은 조각에서 새로운 메타포를 찾고자 했던 그의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의 생각은 다층적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은 도시의 쓰레기와 도시의 관계가 낙엽과 자연환경 관계와 같은 것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미래의 세대를 위협할 수 있는 사회의 지나친 탐욕과 낭비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 작품은 리처드 롱의 자갈바닥 작품을 연상시킨다. 즉 멀리서보면 반짝이는 색 무지개지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사물 하나하나가 부서지고 쓸모없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결국 관람자는 환경문제와 일상적인 삶을 연결 짓는다.

  • 작품의 역사, 미술적 맥락- 뒤샹, 헨리 무어, 아리테 포베라. 개념주의, 대지미술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가와 미술운동에 영감을 받은 크랙은 많은 조각가에게 영향을 주었고, 특히 세계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질문들을 불러일으켰다.

 

Gabriel Orozco / Horeses running endless 끝없이 달리는 말, 1995

  • 가브리엘 오로스코(1962~)는 평범하고 익숙한 물건을 이용해, 인간의 삶과 사고를 형성하는 사고방식, 관계, 기대 등을 탐구했다. 이 작품은 서서히 주입된 신념과 반응을 설명한다. 유머가 배어 있지만 <끝없이 달리는 말>은 깊이가 있고 사색적이다. 평범한 사물에 숨겨진 진실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그는 창안이 아니라 재해석할 뿐이라고 선언하면서 기존의 미술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나이트는 다른 말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공간을 무한히 돌아다니며 게임을 계속할 수 있다. 붙잡아야 하는 킹이 없으므로 체스의 원래 목표는 사라지고 무한한 가능성들만 남는다. 오로스코는 자신의 변화가 평범한 체스판을 열린 풍경으로 바꾸면서 그의 나이트는 자유자재로 달리는 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Maurizio Cattelan / Bidibidobidiboo 비디비도비디부, 1996

  •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1960~)은 모순적인 유머감각과 충격적인 작품으로 아주 유명하다. 그는 인간의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삶의 측면들을 조롱(이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박제된 동물을 이용)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미술계의 본질적인 어리석음과 인위성을 비웃으면서, 미술계의 가식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작품은 카텔란이 사회의 여러 측면들을 조롱하기 위해 제작한 의인화된 동물 장면 중 하나다. 여기서 다람쥐는 부엌에서 가까이 놓인 작은 권총으로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미술가들의 자기 홍보와 거만함을 비웃음으로써, 모든 것이 항상 보이는 것과 같지는 않으며 미술계의 많은 부분이 인위적임을 암시한다. 인생의 허무함을 표현하는 아이 같은 솔직함은 중요하다. 미술과 재미, 재치와 폭력, 전복과 전환이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모순과 암시의 결합이다. 카텔란의 전체적인 의도는 웃음이 비극적 상황의 고통을 경감시키거나 혹은 불편한 진실의 폭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관람자에게 상기시키는 데 있다.

 

 

Grayson Perry / World leaders attend the marriage… 세계의 지도자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다… 2009

  •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설계를 토대로 꼼꼼하게 제작한 항아리이며, 그레이슨 페리의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두 이미지로 장식되었다. 즉 그의 상상의 영웅인 테디베어 앨런 미즐즈와 그의 여성 분신인 클레어가 그려졌다. 페리는 앨런 미즐즈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을 지키고 보호해 주었다고 느꼈다. 한편 클레어는 페리가 여성 복장을 했을 때 택한 이름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이 얼마나 뻔뻔하든지 상관없이 항아리 위에서는 상당히 겸손해질 것이다형태는 반드시 고전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얻은 것이다.”


100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토대로 현대미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 개괄적으로 훑어보기엔 나쁘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작가별로 하나의 작품만으로 분류해 놓은 점은 미술사라는 역사 속에서 작가의 변천사나 생각의 깊이, 변화를 알 수 없어 단편적인 느낌이 들어 꽤나 아쉽고 내용도 정보전달에 취중 된 느낌이어서 지속적으로 읽어나가기엔 쉽게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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